"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다"…건강보험사 CEO 살해 용의자
유나이티드헬스그룹(UHC)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50) 최고경영자(CEO)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루이지 맨지오니(26·사진)는 체포 당시 미국 사회와 대기업에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는 내용이 담긴 선언문을 소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선언문에는 “솔직히 말해 이 기생충들은 당해도 싸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고 뉴욕타임스가 뉴욕 경찰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경찰 보고서는 맨지오니가 톰슨 CEO의 살해를 상징적인 제거이자 제약업계의 부패 및 ‘파워게임’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여겼다고 평가했다. 맨지오니는 선언문에서 자신이 단독으로 범행했다고 언급하면서 “갈등과 트라우마를 일으킨 것을 사과한다. 하지만 그것은 해야만 했던 일이었다”라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맨지오니는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술문명을 반대하며 폭탄 테러범이 된 테드 카진스키를 흠모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유나바머(Unabomber)’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카진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의 대학과 항공사 등에 소포로 사제폭탄을 보내 3명을 숨지게 한 테러범이다. 맨지오니는 SNS에서 카진스키를 “극단주의적 정치 혁명가”라 칭하고 그의 선언문 산업사회와 미래를 두고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송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제시카 티쉬 뉴욕경찰청장은 NBC 인터뷰에서 “세 쪽으로 된 선언문에는 반기업 정서와 의료보험 업계와 관련된 많은 문제 관련 내용이 담겼다”라며 “다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향후 몇주 또는 몇 달간 이뤄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프 케니 뉴욕경찰청 수사국장도 브리핑에서 맨지오니에 대해 “‘코퍼레이트 아메리카’(Corporate America)에 악의를 품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코퍼레이트 아메리카는 미국의 대기업 또는 미국의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지칭하는 용어다. 맨지오니는 이날 범죄인 인도 심문이 열린 펜실베이니아주 블레어카운티 법원에 도착한 뒤 기자들을 향해 “완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미국 국민의 지성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외쳤다고 NBC뉴스는 전했다. 법원은 이날 맨지오니 변호인이 신청한 보석 허가를 거부했다. 한편 맨지오니는 지난 4일 오전 6시 44분께 뉴욕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톰슨 CEO를 살해한 뒤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본지 12월5일자 A-4면〉 관련기사 유나이티드헬스 CEO 맨해튼서 피격 사망건강보험사 기생충 선언문 산업사회 코퍼레이트 아메리카 경찰 보고서